회계감사식 이상치 판단: 이상해 보이는 숫자는 정말 이상한가

숫자가 같다는 것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 답은 그 숫자가 만들어진 확률 구조 안에서 찾아야 한다.

회계감사나 자료 검토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이상치 탐지다. 중복 금액, 반복 거래, 지나치게 깔끔한 숫자,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값은 모두 검토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상치 탐지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숫자는 정말 이상한가? 아니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연인데 사람 눈에만 이상해 보이는가? 더 나아가, 자료의 구조를 생각하면 예상 가능한 패턴인가?

회계감사에서 같은 금액의 거래가 여러 번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부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임대료, 급여, 정기 수수료처럼 반복되는 것이 정상인 숫자도 있다. 반대로 반복이 정상적이지 않은 계정에서 같은 금액이 반복된다면 위험 신호가 된다.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생성 과정이다.

이 글은 숫자 데이터의 반복 패턴을 감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살펴본 사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서 관찰되는 동일 득표나 동일 득표율은 "이상해 보이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일부는 통계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패턴으로 보인다.

I. 이상치 탐지의 출발점: 완전히 같은 득표 조합

먼저 2014, 2018,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각 선거구의 양대 후보만 놓고 보았다. 읍면동 단위로 관내사전투표선거일투표를 나누어, 서로 다른 읍면동에서 양대 후보 두 명의 득표수가 모두 같은 경우를 찾았다.

결과는 많지 않았다.

Table 1. 완전 동일 득표쌍

연도 관내사전투표 선거일투표
2014 5건 0건
2018 4건 1건
2022 0건 0건

총 10건이다. 이 10건에 포함된 읍면동은 총 20개다.

완전 동일 득표쌍이 나온 읍면동의 투표수는 대체로 작았다. 해당 20개 읍면동의 투표수는 최소 106명, 중앙값 344명, 평균 538명, 75% 분위수 618명이다. 가장 큰 경우는 1,527명이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Table 2. 완전 동일 득표쌍 예시

연도 선거 투표구분 지역 투표수 동일 득표쌍
2014 교육감 관내사전 충남 부여군 내산면/충화면 119 / 106 김지철 20, 서만철 52
2014 시도지사 관내사전 충남 서천군 문산면/시초면 122 / 125 정진석 61, 안희정 54
2018 광역의원비례 관내사전 강원 원주시 부론면/지정면 292 / 309 더불어민주당 128, 자유한국당 117
2018 구시군의장 선거일 경남 밀양시 상동면/초동면 1,257 / 1,287 조성환 358, 박일호 872

감사 절차라면 이런 표는 검토 대상 목록으로 충분하다. 완전히 같은 숫자 조합은 사람 눈에 잘 띄고, 실제로 빈도도 낮다. 그러나 이 결과는 동시에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발견된 사례는 대부분 투표수 규모가 작은 읍면동에서 나왔다. 즉 "이상해 보이는 숫자"가 정말 이상한지 판단하려면 표본 크기부터 보아야 한다.

II. 우연인가, 예상 가능한 반복인가: 작은 표본의 숫자

작은 표본에서는 가능한 득표 조합의 수가 제한된다. 어떤 후보의 지지율을 p, 투표수를 n이라고 단순화하면, 그 후보의 득표수는 대략 Binomial(n, p)처럼 생각할 수 있다.

이 분포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값은 n * p 근처다. 예를 들어 두 읍면동의 투표수가 비슷하고 지지율도 비슷하다면, 두 곳 모두 분포의 중앙 근처 값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비슷한 규모의 동네에서 비슷한 지지율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득표수가 같았다"는 현상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특히 투표수가 작을수록 가능한 결과 공간이 좁다. 100명 규모의 투표에서는 후보 득표수가 0부터 100까지밖에 없다. 반면 10,000명 규모에서는 가능한 득표수가 훨씬 많고, 특정한 동일 득표수가 반복될 가능성은 작아진다.

이 점에서 동일 득표는 작은 표본과 비슷한 지지율 구조가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다. 특히 많은 읍면동을 동시에 비교하면, 어디선가 같은 값이 나올 가능성은 더 커진다. 감사적으로 말하면, 반복 숫자는 표본 추출의 단서이지만, 그 자체로 예외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III. 득표율로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득표수를 그대로 비교하는 대신, 득표율로 바꾸어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후보 득표수를 해당 투표수로 나누고, 득표율을 반올림해서 비교했다.

먼저 득표율을 정수로 반올림했다. 여기서는 흔히 쓰는 half-up 반올림 기준을 적용했다. 양대 후보 두 명의 득표율 조합이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다.

Table 3. 정수 반올림 득표율 중복

연도 관내사전투표 선거일투표
2014 975 1,627
2018 1,205 1,499
2022 1,776 1,929

정수 득표율은 0부터 100까지의 값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같은 득표율 조합은 자연스럽게 많이 나온다. 이 기준에서는 선거일투표 쪽 중복이 더 많았다. 이 정도가 되면 "이상한 반복"으로 보기 전에, 반올림과 범주 압축이 중복을 크게 늘렸을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득표율을 소수점 1자리까지 반올림, 예를 들어 11.1%처럼 보면 중복은 크게 줄어든다. 아래 표의 투표수 통계는 해당 중복 그룹에 포함된 읍면동들의 투표수 기준이다.

Table 4. 소수점 1자리 반올림 득표율 중복

연도 투표구분 중복 그룹 수 포함 읍면동 수 평균 투표수 최소 투표수 최대 투표수
2014 관내사전투표 15 30 980.2 373 1,905
2014 선거일투표 31 62 7,736.6 1,568 17,826
2018 관내사전투표 15 30 1,718.1 279 4,399
2018 선거일투표 18 36 5,660.4 676 14,769
2022 관내사전투표 39 78 2,544.4 210 6,144
2022 선거일투표 25 51 5,312.7 727 12,569

소수점 1자리까지 보면 2014년과 2018년은 선거일투표 쪽 중복이 더 많고, 2022년은 관내사전투표 쪽 중복이 더 많다. 다만 선거일투표 중복 사례는 평균 투표수가 훨씬 큰 읍면동에서 발생한다.

이 부분은 "숫자가 들어갈 수 있는 칸"을 생각하면 더 직관적이다. 완전 동일 득표는 작은 표본에서 주로 나온다. 100명이 투표한 곳에서 한 후보의 득표수는 0표부터 100표까지, 많아야 101개의 칸 중 하나에 들어간다. 반면 10,000명이 투표한 곳에서는 가능한 칸이 훨씬 많다. 칸이 적을수록 서로 다른 읍면동이 우연히 같은 칸에 들어갈 가능성은 커진다.

득표율 반올림도 같은 일을 한다. 원래는 37.24%, 37.41%, 37.48%처럼 서로 다른 숫자였더라도 정수로 반올림하면 모두 37%라는 한 칸에 들어갈 수 있다. 소수점 1자리로 보더라도 숫자는 여전히 0.0%, 0.1%, 0.2%처럼 정해진 칸 위에 놓인다. 전국의 많은 읍면동, 여러 선거, 두 후보를 동시에 보면 같은 득표율 조합이 반복될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이것은 이상치 탐지에서 자주 만나는 문제다. 데이터를 작은 표본으로 쪼개거나, 값을 반올림하거나, 비율 구간으로 묶으면 원래는 다르던 관측치들이 같은 칸에 들어가며 비슷해 보인다. 따라서 반복 숫자가 보일 때는 먼저 그 반복이 실제로 특이한 생성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표본 크기와 반올림 규칙이 만든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IV. 감사 관점에서의 판정 기준

회계감사에서 반복 숫자는 "증거"가 아니라 "감사 절차의 단서"다. 같은 금액의 거래가 반복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조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금액의 성격, 거래처, 시점, 승인 절차, 정상적인 반복 가능성을 함께 본다. 이상치 탐지의 목적은 이상해 보이는 숫자를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그중 정말 설명이 어려운 숫자를 좁혀내는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동일 득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 같은 득표가 나온 읍면동의 투표수 규모는 작은가?
  • 같은 선거구 안에서 지지율 구조가 비슷한 지역인가?
  • 득표수 기준 중복과 득표율 기준 중복이 같은 방향을 보이는가?
  • 관내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중 어느 쪽에서 중복이 더 자주 나타나는가?
  • 사전투표 제도 이전 자료, 예컨대 2010년 읍면동 총투표 기준에서도 비슷한 중복률이 나타나는가?

특히 2010년 자료는 일종의 통제 표본처럼 볼 수 있다. 2010년에는 관내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2014년 이후 자료와 직접 같은 구조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읍면동 단위 총득표에서 자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동일 득표가 발생하는지를 보는 기준선으로 쓸 수 있다.

이 관점에서 현재 결과는 곧바로 강한 이상 신호로 단정하기보다는, 설명 가능한 반복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례에 가깝다. 완전 동일 득표쌍은 드물지만 작은 투표수 구간에 몰려 있다. 득표율 중복은 더 많지만, 여기에는 반올림과 비율 변환의 효과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V. 결론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완전 동일 득표쌍은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발견된 사례는 대체로 투표수 규모가 작은 읍면동에서 나타났고, 이는 통계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설명이 가능하다.

득표율로 바꾸면 중복은 훨씬 많이 발생한다. 특히 정수 반올림 득표율은 값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중복이 매우 흔해진다. 소수점 1자리까지 보아도 일정한 중복은 남지만, 그 방향은 연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이 분석의 핵심은 "동일 득표가 이상하다"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교훈은, 이상치 탐지에서 보이는 이상함과 실제 이상함은 다르다는 점이다.

동일 득표는 회계감사의 반복 거래처럼, 이상치 탐지를 위한 유용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현재 관찰된 패턴은 통계적으로 설명 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작은 투표수에서는 같은 득표수가 반복될 수 있고, 득표율을 반올림하면 같은 비율이 반복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따라서 반복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자료 구조와 변환 방식이 만든 효과를 먼저 분리해야 한다.

숫자가 같다는 것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답은 항상 그 숫자가 만들어진 확률 구조 안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회계감사식 이상치 탐지의 핵심이다.

← Archive